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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t the Body

 

 

   해부란 생물체를 절개하여 내부구조를 조사하는 것으로 해부학의 기본이다. 무언가를 알고자 할  때 해부적 방식은 그것을 이루고 있는 단면들을 하나하나 파헤치는 것이다. 해부학이 가장 대표적인 것인데 인간을 오로지 육체라는 물질적인 부분으로서 연구하고 내부구조를 조사하게 된다.

 

    어릴 때부터 사람 그리기를 좋아했던 나에게 '해부학'이란 남들보다 조금 더 친숙한 것 이였다. 해부학에 대한 가장 오랜 기억 중 하나는 7살 때쯤 집 앞에 누군가 버려놓은 과학책 속 인체 뼈 구조를 따라 그린 일이다. 그리고 2002년 '인체의 신비'전이 대유행 하였을 때, 실제 시체를 박제하여 전시 해 놓은 풍경은 어린 나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그것은 이미지의 잔혹함 뿐만 아니라 개별성이 사라진 물질로서의 인간, 또 실제 시체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죽음을 떠올리게 했다. 나의 페인팅 시리즈의 제목인 'Meet the body'의 body는 '몸'인 동시에 '시체'를 의미한다. 물질적인 신체와 죽음이라는 두 가지 뜻을 함께 가지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의 '죽음'은 나에게 거창하거나 무겁지 않다. ‘인체의 신비’전에서의 충격은 곧바로 죽음의 '스펙터클화'로 바뀌었다. 그 풍경은 구경거리였으며 오히려 겉으로 드러난 근육과 핏줄의 선과 색이 보여주는 화려함과 촉각성이 더욱 내 눈길을 끌었다. 그러한 '스펙타클'은 대상과 나 사이에 거리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따라서 박제된 죽음을 안전하게 관람하고 속속들이 바라보며 그것의 표면 위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해부 표본이 보여주는 가장 큰 특징 또한 안 과 겉이 뒤바뀌었다는 점이다. 숨겨진 내부가 표면화 되어 드러나 박제 된 것을 나 역시도 가장 표면적인 방식으로 그려내어 이차원 평면 위에 재 박제 하고자 했다. 표면적인 형식을 구현하고자 할 때 2013년도의 그림들은 화려한 컬러와 추상적인 터치들을 빽빽이 채워 넣어 평면적인 느낌을 극대화 하였다. 그러나 2014년에 접어들어 마치 바로크 회화의 테네브리즘 처럼 강렬한 명암대비로 대상들의 추상적 터치를 더욱 강조해 보여주었다. 그리고 2015년 요즘의 그림은 그러한 두 가지 요소가 한 화면 안에서 적절히 뒤섞여 있다. 이는 광학적 회화와 촉각적 회화를 한 화면에 담고자 함이며 동시에 그 사이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기 위해 외줄타기를 하는 것이다. 재현적이며 구상적이고 고전적인 형식 위에 우연적이고 추상적이며 현대적인 터치들로 그 표면을 극대화하여 보여준다. 그 두 가지를 오갈 때 생겨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상태를 추구하며 그것은 그려진 형상을 해체한다기 보다 오히려 붓질로서 해체를 형상화 하는 것에 가깝다.

 

    인체해부표본이 인종 이라는 보편성과 오로지 물질로서의 인체 정보를 보여주지만 그 주위를 둘러 싼 개별 '관람자'들과의 충돌 된 풍경을 통해 회화와 나의 관계 또한 보여주고 싶었다. 회화적 회화를 탐구하고자 하는 나는 철저히 해부 된 인체 표본을 마주한 인간처럼 회화의 현재를 바라보고 있으나 그 시선은 뭉개지고 가려져 있으며 결국엔 바라보는 행위만이 남아있다. 그러나 박제 된 시체의 이미지는 가장 추상적이며 생동적인 터치들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그것을 지극히 표면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의식적으로 그림의 심층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노력하며 철저히 그 표층에 머물고자 한다. 표면성을 갖고 유희하는 것이 표면성을 이겨내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면에서 Meet the Body 시리즈는 나에게 Meet the Painting 이나 다름없다.

 

 

 

 

 

 

 

 

   I usually paint a landscape with specific people and unspecific people together. It sometimes appears as a veiled criminal who is surrounded by police officers like ‘Unmarked Place’ series. Otherwise it becomes a scene of audience who are watching a model of human anatomy like ‘Meet the Body’ series.

 

By coming and going between methodology of complete plan and random methodology of abstract such as drawing it realistically first and pouring and crushing the colors on it, I repeat disassembling form and color then rebuilding them. I seek some status which belongs to nowhere from this process. It is more like forming ‘disassemble’ rather than disassembling ‘form.’

 

Furthermore, repetition of building and disassembling is my effort to put Tenebrism and tactual painting into one piece, and it is also my experiment of painterly painting in my thought. To paint a piece absolutely superficial, I intentionally try not to go deeper but try to stay in the surface. This is because, I believe, playing with the surface is the only way to win the surface.

 

 

-From the work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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